2019년 5월 5일 일요일
혹시 내가 소진 되고 있는건가? 무엇에서 힘과 에너지를 얻어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자문자답은 문제 혹은 당면한 무언가에 대해 객관화하여 생각 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의 객관화란, 생각/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이게 뭔가....이상하고, 이게 효과가 있나 의심이 들지만 셀프 상담 효과, 수다효과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이전에 작성한 자문자답을 다시 살펴 볼 때, 나는 더 많은 도움/에너지를 받곤 했다. 지난 글을 읽을 때면,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당시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나의 약점과 강점을 재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부분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데 도움이 됐다. 이 방법을 활용 하는 때는 '생각이 많고, 복잡할 때 혹은 무언가 결정해야할 때' 다. 처음 이 시도를 한게 2-3년 전이던가...? 지금은 긴 셀프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지만,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다. 스스로 대화하는 것/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 시도할 때 얼마나 오그라들던지...;
오늘 다시 이 글을 읽어보니, 내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게 바로 기록과 저장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뜬금없지만 그래도 지방 저장은 싫어) 여전히 내게는 어려운 숙제 같은 셀프사랑(자기애).
사랑하며 살자.
'무엇이 내게 좋은 에너지를 줘?'
"초록색 나무, 잔디, 호수, 햇살, 새소리,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여행, 꽃, 좋은 친구"
'무엇이 너에게 힘을 줘?'
"좋은 친구,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네가 좋아하는 것은 뭐야?'
"사람들"
"사람을 보는 것도(관찰), 좋지만 서로 알아가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뭐야?'
"애정과 휴식. 휴식은 한달 정도면 충분 할 것 같아."
'애정은 좀 의외의 답변이다. 아무튼 먼저는 휴식을 묻고 싶어. 휴식이 필요하구나? 그런데 만약 휴식을 갖지 못한다면 어떨 것 같아?'
"휴식을 갖지 못한다면, 많이 힘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나는 새로 배우는 문법과 단어가 버거울 것 같아. 그렇게 된다면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근데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거야?'
"나는 한 텀만 휴식하고 싶은데, 올해 코스 텀 상으론 다음 텀을 쉬면 그 다음 텀은 썸머코스거든. 썸머코스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그 것도 건너 뛰게 되면 10주 정도 휴식하게 돼. 그럼 휴식이 너무 길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ㅠ_ㅠ... 그리고 10주간 독일어를 다 까먹으면 어쩌지? 무섭고. 지금 클레스메이트 들이 다 좋은데, 다음에 좋은 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들 안쉬고, 공부하는데 나만 쉬는 건가 싶고 ㅠ_ㅠ"
'너무 긴 휴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 좋은 친구들과 같은 반이 안될 수 있다는 점, 내가 공부를 잘 못하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고민이 된다는거구나?'
"음... 맞아."
'그치만 잘 쉬고, 썸머코스를 할 수도 있잖아. 지금은 지쳐서 썸머코스가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쉬고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음.. 맞아. 그건 모르는거지."
'그렇다면 휴식의 장점은 혹시 어떤게 있을까? 고민과 불안한 심정에 대해서만 들었네.'
"휴식을 한다면, 집을 정돈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사하고 나서 집 정리를 아직 다 못했거든. 평일 내내 5시간 학원에서 공부하고, 잠시 쉬고, 숙제 하면 금세 11시가 돼. 하하 뭘 할 수가 없었어. 지금의 집을 만들기까지도 이미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복습을 하고 모자란 어휘 공부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하는 부분을 다시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여행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에너지도 충전 할 수 있을 것 같고!"
'음, 휴식을 한다면, 집을 좀더 안정적인 거주 환경으로 만들 수 있고, 어휘 증진과 복습이 가능 하고, 여행과 에너지 충전이 가능 할 것 같다는거지?'
"응 맞아"
'독일어를 공부하는 목표나,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어?'
"휴. 사실 명확하지 않아. 물론 이전보다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지만, 솔직히 없다고 말하고 싶어."
'솔직히 없다고 말하고 싶다니, 무엇때문에 그런거야?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거야?'
"독일에 가겠다는 결정은 내가 했어. 물론 어쩔 수 없이 도살장 끌려오듯 온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 대한 미래를 그려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독일행 결정을 내리기 까지 많이 힘들었어. 고민 할 거리가 너무 많았거든. 내 커리어, 이미 한국에서 마친 공부, 한국에 맞춰져 있던 나의 직업적 목표. 돌아보면 나는 열려 있는 계획보다 닫혀있는, 반드시 저건 해야해 라는 식으로 계획을 많이 세웠던 것 같아.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수정은 하지만, 목표가 바뀌는 경우는 많이 없었던 것 같아. 특히 '큰 축'이 되었던 목표 말이야. 그럼에도 내가 스스로 독일행을 결정한 것은 혹시라도 나중에 독일 생활이 너무 힘들면, 내가 독일행을 희망한 남편을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결정은 반드시 스스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회사생활과 내 전공 분야의 환경적 요인이 었지. 그치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해결 되는 것은 없었어. 명확하게 내가 느껴졌던 것은 두가지야.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난다.' 이런 내가, 무슨 동기와 플랜이 있었겠어.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언어 공부에 동기가 없어서 처음에 굉장히 애를 먹었어. 나는 독일에 대한 환상이나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 없었거든. 그리고 지금은 막연히 '직업을 얻자', '내 전공분야에서 일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독일어를 하고 있어. 이게 목표 혹은 장기 플랜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잖아?... 물론 이건 순전히 내 기준이야. 음 그래서 없다고 말하고 싶다는 거였어.."
'독일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에구... 불투명한 목표, 미래.. 네가 불안하고, 막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응 맞아.. 정말 막막해. 난 영어 공부도 후에 해야 할텐데.. 휴"
'그렇구나.. 그렇지만 지금은 독일어를 공부해서, 직업을 찾거나 혹은 전공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거지?'
"응 맞아!"
'독일에서 어떤 직업군을 원하는지, 그리고 전공 분야에 직업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혹시 알고 있어?'
"아니. 아직 잘 몰라. 독일의 직업 구조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정말 뜬금없지만ㅡ 플로리스트는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어.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정말 아는 것이 없어. 언어가 정말 중요해서, 무조건 C1까지는 해야해."
'어쨌든 언어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구나!?'
"응 맞아. 오 지금 동기가 좀 생긴 것 같아. 나한테 언어를 잘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오, 동기부여가 되었다니 기쁘다. 어떤 부분이 동기를 일으킨 것 같아?'
"언어가 나한테 정말 중요하다는 것? 인 것 같아. 왜냐하면 이건 정말 참트루! 진짜 그렇 거든."
'우와 정말 네게 언어가 중요한가보다!! 너무 잘 됐다!! 그럼 다음 코스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응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
'우아!!!! 근데 네가 지쳤다고 말했던 부분이 나는 좀 걸리는데 괜찮을까? 복습을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을 텐데..'
"응 맞아 복습을 못해서 생기는 어려움. 내가 이해를 다 못하거나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내가 시간을 더 내면 할 수 있을까? 휴. 그치만 계속 더 이해하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글쎄, 다시 코스를 진행하다보면 이 부분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럴 땐 어떻게 하면 그 어려움을 잘 해결하거나 해소 할 수 있을까? 사실 너는 이미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고 있잖아.'
"맞아, 나 정말 노력하고 있어. 흠 지금 드는 생각은, 오늘 처럼 나를 돌아보는 것. 내 속상함과 어려움을 알아준 다면 어려움과 슬픔을 좀 해소 할 수 있을 것 같아. 맞아, 애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던 부분은 이런 부분인 것 같아. 내가 지금 해야할 일과 주변 상황을 위해 먼저 움직이기 보다, 내 속상함과 마음을 돌보는 것 말야. 사실 남편은 이미 나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고 있어서... 와, 어쩌면 내가 그 덕에 이만큼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 사랑이 넘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어 참 감사해. 하, 근데 머리로 알고 있지만, 공감이란거 진짜 힘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을 알아주는 거, 정말 사소 한 것 같은데 이렇게 위로가 된다니 말이야. 난 아직도 외부에 시선을 많이 두고 살아. 나 자신보다 말야. 나 보다 상황과 책임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인식 했던 그날, 내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충격이던지. 그런데 내 인생이 여태까지 그래왔더라고. 상황을 먼저 해결 혹은 이해하고, 책임을 다하고. 나라는 존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 내가 상하고 무너지는 것은 상관 없다고 여길 수 있었다니, 어쩌니...나 진짜 짠내나고 애잔하다."
'정말 열심히 살아왔지. 스스로가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상황과 책임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던 너의 시절을 떠올리면, 너무 안쓰럽고, 애린다고 해야할까?.. 한편으론 대단해. 그리고 한편으론 안간힘을 쓰며 살았던 시절이 안타깝고 안쓰럽고. 또 지금의 너는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쁜데 슬프고, 대견하고.'
"지금 떠오른 것은, 정리하지 못한 집 또한 상황이라는 점이야. 내가 혹시 지금 지치고 힘든 이 부분이 책임과 상황, 외적요소에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드네."
'으응 그래?'
"응. 다른 사람보다 공부를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 또한 외부에 시선을 두는 것이잖아. 에너지의 필요를 제외하고는 그런 것 같은데, 생각이 필요할 것 같아."
'자, 네가 말했던 휴식의 장단점이야. 자신을 돌보는 것, 자신을 애정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다음 코스 진행 여부 결정에 변화가 있을까? 흠...자신을 애정하는 것, 돌보는 것이 뭘까?
휴식의 장점: 안정적인 거주 환경 조성, 어휘 증진, 복습, 여행, 에너지 충전
휴식의 단점: 너무 긴 휴식기간, 좋은 친구들과 이별, 내가 공부를 잘 못하나?'
"자신을 애정하는 것, 돌보는 것? 음.. 내 감정과 기분을 살펴주는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 필요가 채워지도록 노력하는 것, 자신을 사랑 하는 것(충분한 보상 등),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렇다면, 내감정과 기분/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될까? 흠.. 어렵다 야!'
"그러게... 애정하고 돌본다. 그래서 휴식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느냐.. 휴.. 뭐가 이리 복잡하고 어렵냐 ㅋㅋ"
'일단은, 외부에 네가 시선을 많이 두고 있는 것 맞는 것 같아. 내부에 시선을 둬보자. 그것 부터 해보자."
'네가 말했던걸 정리해보면 이 세가지고..
나의 독일어 실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복습 어휘증진
나의 활력과 에너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에너지 충전(여행, 산책 등)
나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거주 환경 개선'
"기분은 한결 났다. 좀 덜 무겁고. 일단은 나에게 집중해보자. 어찌보면 집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 책임이 나보다 우선할 이유는 없지."